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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일본에 다녀와서

 

출장차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추석연휴가 끼어있는 일정이어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으나 한편으로는 처음 방문해보는 도시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의 (비교적 큰)도시, 후쿠오카.

 

고작 한시간 남짓 날아가면 닿을 수 있는 곳.

 

 

아기자기한 거리의 모습,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 새로운 경험.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낸 와중에 느낀 것들이 몇가지 있어 글을 남겨본다. 

 

 

 

 

1. 하카타 여객 터미널 앞쪽으로 가보면 일종의 기념비가 작게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기념비에는 1945년 패망으로 인해 조선으로부터 건너온 일본 사람들의 사진과 그에 관련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일본어로 기재된 기념비이므로, 일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히라가나 중간중간 배치된 한자만을 통해 의미를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번역기라도 한번 돌려볼걸 싶다.)

 

한가지 기분이 묘한 것은 이들은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적었다는 점인데, 요즘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역사인식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구나....를 느꼈던 한 순간이었다. 

 

 

 

 

2. 학회장에서 탄소중립에 관련된 발표를 하던 미국인이 있었는데 그가 발표를 마치고 난 뒤, 한 일본인이 질문을 했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정책은 결국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가게 되는데, 미국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느냐?’ 라는 것이었다.

 

굳이 그가 하지는 않았지만 하고싶었을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상상해 덧붙여보자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책이 바뀔텐데 예정된 시기까지 약속한 탄소중립정책의 결과물을 내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 우리 일본은 그렇지 않다이런 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정권이 안바뀌는 일본쪽이 오히려 문제 아닌가?

 

 

 

 

  

3. 일본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매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본인 교수들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학생들은 준비해온 이야기가 아니면 질의응답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느낌은 10년째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카페같은데서 일하는 종업원이 영어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분명히 나름의 저력이 있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평균적으로 분명 더 앞서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단 언어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특정 언어를 말 할 수 있다는 것과 말하고자 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전달하여 소통한다는 것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므로..... 우리네 학생들에게도 고민해볼 지점이 아닌가 싶다. 

 

 

 

 

4. 근 10년간 중국, 일본의 연구성과들을 보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 중국의 눈부신 약진, 일본의 정체 정도로 요약이 되겠다.

 

분야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중국의 발전상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돈, 인력, 노력이 투입되는데 발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크게 변화도 없고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이제 예전의 일본이 아니구나 싶을때가 많은데,

 

한편으로는 한가지 연구테마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네들의 장신정신이랄까... 혹은 학문을 학문으로써 대하는 자세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 생각이 여러모로 많아진다. 

 

누군가가 보았을 때, '그 연구 도대체 왜 합니까?' 싶은 것도 꾸준히 붙들고 두드리다보면 한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물이 어디에선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누군가의 주목을 받을 만큼 대단히 첨단에 서있는 기술도 아니고, 거대한 기성산업과 연결되어 있는 연구도 아니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5. 큐슈지역의 최대 도시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200만도 되지 않는 후쿠오카가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이나 광주정도의 포지션일거라고 상상했는데, 직접 와보니 도시 인프라 자체는 그 이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하카타역으로부터 텐진역에 이르기까지 밀집된 상권과 거대 쇼핑몰들의 규모는 도시의 체급을 넘어선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인접지역을 묶어 광역권으로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대전이나 광주에 비해서 훨씬 큰 경제권이라는 것은 알지만...

 

우리보다 근대화를 더 이른 시기에 해내, 그 유산이 축적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우후죽순 생겨난 일본의 사철 기업들이 역사와 연계한 쇼핑몰들을 잔뜩 세워서인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토가 폭이 좁고 길쭉한 형태인데다가, 그나마 절반이상이 산지여서 대도시가 선형으로 늘어선 구조이고, 아마도 그러한 구조가 개별 지방도시가 발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런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후쿠오카의 번화가는 나에게는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다. 

 

모든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이 된 우리네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인 듯 하다. 

 

 

 

6. 공항이 도심과 가까워 여러모로 편리하기는 했다. 공항이 도심과 이정도로 가까운건 타이페이 송산공항 정도가 아니었나 싶기는 한데....  근방의 다른 도시와 연계하면 나름 재미난 여행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학회일정이다보니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경험의 폭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차후에 기회가 되면 여행으로 한번정도 다녀와 봐야겠다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나카 강변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