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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그날이 오면 - 심훈


고등학교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시, 심훈의 그날이 오면.

처음 이 시를 읽었던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실려있는 간절함, 소망, 분노.....

그 모든 것들이 내 온몸을 전기가 통하듯 훑고 지나가는 그 경험은

짧은 시 한편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시를 읽어내려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끝나고서

참 민망하지만, 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습니다.



오늘 다시 '그날이 오면'을 읽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면/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로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뒤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