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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보기

쯔진산-아틀라스 혜성 관찰후기 (사진없음, 그림있음)

 

지난 주말 (10월 12일) 날씨가 저녁때까지 맑을 것으로 예상되어 망원경 + 쌍안경을 챙겨서 강화도로 여행을 떠났다. 

 

숙소에 도착하고보니 여전히 날씨도 맑고, 서쪽이 탁 트여 있는 아주 좋은 방인지라 혜성을 제대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기대감에 5시부터 망원경을 셋팅하고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기다리는데...

 

앱을 켜서 보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진작 확인을 해 봤어야 하는데, 혜성 위치가 태양 바로 위였네....

 

달력 앱에다가 10월 12일 아틀라스 혜성 극대기라고 써놓은 과거의 나 놈ㅜ_ㅜ 반성해라.....

 

 

한참을 기다리는데, 6시 즈음 태양은 수평선 밑으로 내려갔으나 여전히 하늘은 밝은 상태....

 

금성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밝기여서 못보겠다... 싶었다. 

 

마음이 조급하여 사진은 한장도 남기지 못한 관계로 스텔라리움 이미지로 대신한다.

<Stellarium으로 본 10월 12일 저녁 6시 상황>

 

 

한참을 기다려 6시 반쯤 되니... 아래 그림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 

 

<Stellarium으로 본 10월 12일 저녁 6시 30분 상황>

 

서쪽하늘 해가 진 자리의 좌측으로는 금성이, 우측 상단으로는 아크투루스가 보이는 와중에 그 사이 어딘가에 혜성이 보여야 하는데, 맨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

 

 

시간이 더 지나면 혜성이 수평선 아래로 내려갈 것 같아 쌍안경을 들이대고 대충 있을 것 같은 위치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혜성의 핵 주변으로 아주 희미하고 뿌옇게 얼음층이 보이는 걸 보니 혜성이구나 싶었다.

 

 

서쪽 하늘에서 제대로 보이던 것은 금성과 아크투루스 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혜성은 3등급에 가까운 정도의 밝기인지라 태양빛이 남은 서쪽하늘 + 미세먼지가 있는 조건에서 맨눈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듯 싶다. 

 

안타까운 것은 혜성이 워낙 낮은 위치에 있다보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평선 근처의 짙은 안개? 미세먼지? 구름? 사이로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하루 하루 지날수록 혜성의 위치는 태양과 거리를 두기 시작해서 더 늦은 시간에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혜성은 점점 더 어두워질 테고, 아마도 이번주가 지나면 망원경 없이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텔라리움 돌려보니 이번주말(10월 19, 20일)만 되어도 이미 혜성은 4등급으로 밝기가 떨어질 예정이다. 

 

 

 

1997년, 내가 고등학생때 봤던 헤일 밥 혜성은 아마도 내 인생에 다시 없을 밝고 멋진 혜성이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던 헤일 밥 혜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이제야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5분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의 기억을 일깨워준, 그리고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볼 수 있게 해준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에게 감사할 따름이다.